김춘산 편집장
아리랑타임즈 특별기획 『도마상 프로젝트』 "잊혀진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탐사기획"
영주로 향한 길
2025년 가을, 기자는 경상북도 영주시 강동리 왕유동을 찾았다.
목적은 단 하나였다.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좀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마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과 여러 자료를 통해 도마상에 관한 내용을 접한 뒤,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첫 번째 현실은 도마상이 아니라 도마상으로 가는 길에서 시작되었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문화유산
내비게이션은 목적지 부근까지 안내했지만, 정작 도마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기자는 같은 길을 여러 차례 지나쳤고, 결국 인근 마을 노인정에서 길을 물은 뒤에야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첫 관문인 안내체계가 방문객의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문화재마다 주변 환경과 관리 여건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문화유산 보존의 일부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도마상을 안내하는 이정표나 안내판이 없어 결국에는 동네 주민에게 물어 찾아갔다)
현장에서 마주한 도마상
왕유동 계곡 안쪽에 자리한 도마상은 예상보다 훨씬 조용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백 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암벽은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보며 기자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감탄보다 의문이었다.
'왜 이 문화유산은 이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
도마상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현장을 직접 찾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에게 도마상은 여전히 매우 낯선 이름이다.
설명은 있었지만, 이해는 어려웠다
현장에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내문은 조형적 특징과 일부 학술적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처음 방문한 일반인이 도마상의 역사적 의미와 논쟁의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문화유산 안내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중요한가?'
'왜 논쟁이 되는가?'
'왜 연구할 가치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제시될 때 비로소 문화유산은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안내서 제목은 '마애보살입상'이라는데 내용은 확실치가 않다고 적혀있었다)
기자가 품게 된 질문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는 하나의 질문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도마상은 왜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이 질문은 특정 기관이나 개인을 향한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유산이 사회와 만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며, 연구와 기록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현장만이 아니라, 도마상을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들의 기록, 관련 연구, 행정의 역할, 지역사회의 인식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발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어떤 문화유산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현장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학술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발견 이후의 과정이다.
누가 연구를 이어 갔는가?
어떤 기록이 축적되었는가?
학계와 행정기관은 어떠한 관심을 보였는가?
도마상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새로운 주장은 언제나 검증의 대상이 된다
도마상을 둘러싼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역사 인식과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특히 제작 시기와 상징성에 관한 일부 주장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역사 해석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술적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학에서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가설은 제시될 수 있으며, 그것이 학계의 검증을 거쳐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논쟁 자체가 아니라 검증 과정이다.
도마상 역시 감정이나 신념이 아니라, 자료와 증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연구는 개인의 열정만으로 이어질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를 종합해 보면, 도마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한 개인과 연구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문화유산이 사회적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술 연구, 문화재 행정, 지역사회, 언론의 기록이 함께 이어질 때 비로소 연구는 지속성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유산이 학계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가치가 재조명된 사례를 돌아보면, 도마상 역시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축적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것이다
도마상을 둘러싼 여러 견해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역사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또 다른 이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사안일수록 언론은 어느 한쪽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아서는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주장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와 어떤 부분이 추가 연구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사회가 어떤 질문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아리랑타임즈는 『도마상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대화
도마상을 둘러싼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종교학, 지역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결론을 서둘러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료와 견해를 열린 자세로 검토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은 논쟁을 피한다고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연구와 기록을 통해 그 가치가 더욱 분명해진다.
도마상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할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알려질 때' 더욱 살아난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는 물론, 아직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지역 문화유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모든 문화유산이 국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중요하게 평가받지만 일반인은 이름조차 모르는 유적도 있고, 반대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역사적 의미는 충분히 이해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도마상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보존과 활용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유산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릴 수 없는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현대의 문화유산 정책은 보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문화유산을 교육과 연구, 지역사회와 연결하여 국민이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안내판, 해설 자료, 학술 강연, 디지털 콘텐츠, 언론 보도는 모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수단이다.
문화유산이 단순히 '남아 있는 유물'이 아니라 '공유되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장이 던지는 질문
기자가 왕유동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조용함이었다.
그 조용함은 자연이 주는 평온함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유산을 찾아온 방문객의 입장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도마상의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관련 연구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지역사회는 이 문화유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특정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기록하는 언론이 필요한 이유
문화유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사회의 기억에서 점차 멀어질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록이다.
학자의 연구는 학술적 기록을 남기고, 행정은 제도적 기록을 남기며, 언론은 사회적 기록을 남긴다.
특히 지역 문화유산은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새로운 연구와 토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리랑타임즈가 『도마상 프로젝트』를 연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결론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부족했던 문화유산에 새로운 기록을 더하려는 것이다.
이제는 함께 연구할 시간
도마상의 역사적 의미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새로운 자료가 발견될 수도 있고, 기존 학설이 수정될 수도 있다.
그 과정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계와 행정기관, 지역사회, 언론, 그리고 현장을 찾는 시민들이 함께 관심을 가질 때 문화유산은 비로소 살아 있는 역사로 이어질 수 있다.
도마상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되든,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그것이 문화유산을 대하는 가장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문화유산은 침묵하지 않는다
수백 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세월 동안 도마상은 같은 자리를 지켜 왔다.
세상이 바뀌고, 왕조가 바뀌고, 전쟁과 산업화가 지나가는 동안에도 도마상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침묵한 것은 도마상이 아니었다.
그 의미를 충분히 기록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 가치를 찾아내고 기록하는 일은 언제나 사람들의 몫이었다.
역사는 질문하는 사람에게 길을 보여 준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질문은 하나였다.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는가?"
그러나 취재와 자료를 검토할수록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났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누군가는 연구하고, 누군가는 기록하며, 누군가는 묵묵히 지켜 왔지만, 사회 전체의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많다.
도마상은 그러한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례이다.
아리랑타임즈가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
아리랑타임즈는 특정한 결론을 독자에게 강요하기 위해 이 기획을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주장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자료를 확인하고, 현장을 찾고,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며, 독자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사회가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것이다.
『도마상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번 제15회를 통해 우리는 도마상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던 여러 배경을 함께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 연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는 현장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를 만날 것이다.
행정기관의 의견도 들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기억도 기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기사 일부가 수정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실이 더해질 수도 있다.
그것이 탐사보도의 과정이며, 그것이 살아 있는 저널리즘이다.
기록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문화유산은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오늘 남겨진 한 편의 기사는 내일의 연구자료가 될 수 있고, 한 장의 사진은 후대의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록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한 시대의 책임이다.
도마상이 앞으로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든,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문화유산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기록 역시 역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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