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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접촉과 교류가 낳은 산물…'서양의 탄생'


아동과 돌봄을 둘러싼 역사…'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 서양의 탄생 = 조세핀 퀸 지음. 이지은·장시은·배소연 옮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대사 교수인 저자가 '문명'과 '서양'이라는 개념의 탄생과 그 한계를 살펴본 책이다.


문명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날에는 너무나 익숙한 방식이다. 그러나 저자는 '문명'이라는 개념은 18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명된 것으로, 처음에는 '진보한 사회'라는 추상적인 의미였다고 설명한다.


당시 유럽인들은 한 사회가 수렵에서 목축을 거쳐 농업, 상업, 산업으로 나아가는가를 문명화의 척도로 봤다. 문명사회가 후진적 사회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은 제국주의적 확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19세기 들어 유럽 지식인들은 각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구별하고 서열을 매기는 데 집중했는데, '서양'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일하고 순수한 서양 또는 유럽 문화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서양은 사실 다른 지역의 여러 사회와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한 데서 나온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고고학과 과학 연구 등을 토대로 기원전 2000년께부터 약 4000년의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가 종족이나 문명을 단위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역설한다.


까치. 686쪽.



▲ 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 조지프 루치 지음. 박희원 옮김.


이탈리아 문화와 르네상스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자 미국 바드 칼리지 문학 교수인 저자가 유럽 최초의 보육원이었던 '인노첸티'의 역사를 통해 아동이라는 개념과 돌봄의 탄생을 추적한 책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인노첸티 보육원은 1445년 처음으로 아기를 거둔 이래 500여년간 40만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돌봤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아이가 부모에게서 버려졌다. 보통 부모가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어서였다. 이러한 아이들은 거리에서 죽거나 인신매매의 대상이 됐고,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시대에 아이는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여겨졌다. 극소수 상류층 아동을 제외한 대다수 아이는 아주 어려서는 방치되다가 열 살 남짓한 나이가 되면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해야 했다.


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인노첸티 설립을 단순한 자선 시설의 설치가 아니라 인류가 어린이를 독립적인 인간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결정적 전환점으로 조명한다.


인노첸티는 아이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언어나 예술, 기술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저자는 인노첸티를 둘러싼 역사와 당시의 시대상을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인간과 사회가 어떤 조건에서 약한 존재를 돌볼 수 있는지 들여다본다.


아고라. 320쪽.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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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30 16: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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